말 너머에

덩케르크

까먹어버리기 전에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포탄이 나에게 오지 않길 바라는 것 뿐.



(놀란 짱 아이맥스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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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0) 2017.07.27

여행 후에

2014 모로코

여행 후에, 글 쓴 후에

 

함께 여행한 이들과 다시 한국에서 만나 빠리에서 공수해 온 마카롱을 막창집에 펼쳐두고, 맛 별로 모두 먹어보아야 한다면서 한입씩 나누어 먹었다. 이런 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인복을 타고 났다. 복은 넘치고 또 흘러넘쳐 마라케쉬 야시장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막에서도 나를 에워싸고,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공기를 채워주었다. 혼자 잘나서 쏘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여 소중했던 여행이었다.

처음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최대한 사실 위주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구체적으로 쓰고자 했다. 나중에 읽었을 때 이 소중한 여행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기 위하여, 그리고 감성적인 부분을 배제함으로써 자다가 부끄러움에 이불을 걷어차지 않기 위하여...

여행보다는 여행 전의 설렘이 크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여행 전의 설렘보다는 여행 후의 추억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추억은 곱씹을수록 풍성해지는 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기록에 집착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여행기에는 여행자의 감정과 통찰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이 글을 감히 진짜 여행기라 부르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 개인의 취향과 목적성이 뚜렷한 일기, 기록문이라 본다. 조금 과장하자면, 사실 나는 사초를 쓴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반쪽짜리 여행기가 되어 죄송하지만, 글 쓰는 사람이 깡패다. 읽기 싫으면 그냥 직접 다녀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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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4 모로코 떠나는 날

2014 모로코

10/4

 

하루에 세 번 우는 여자

 

다들 라면을 먹고 늦게 잤지만 나는 속이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로 씻고 바로 잤다.

카사블랑카의 아침은 쉐프샤오엥에서 물려온 산모기인지 뭔지 때문에 가렵다... 가렵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렵다.

시모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시모는 며칠 전부터 오늘 절대 아침을 먹고 오지 말라며 그토록 우리를 기대케 했다. 그 주역인 Full Morrocan breakfast를 드디어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시모는 비록 초콜릿 술은 빼먹었을지언정 선물은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사군에겐 화분모양의 어떤 것과 아르간오일을, 여자들에겐 스카프, 작은 크로스백, 아르간오일을 주었다. 이런 감동적인 녀석을 보게나... 시모의 형 차라는 아우디를 끌고 고급진 식당에 갔다. 입구부터 화장실까지 전부 고급스럽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때깔도 다르다. 일단 애들이 통통하다.

흡사 돈 많고 시간 많은 정자동 아주머니들이 평일에 애들 학교 보내놓고 여유롭게 브런치 먹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나온 사과, 꿀, 견과류를 한데 넣어 갈아 만든 것 같은 주스가 굉장히 맛있었다. 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오렌지주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빵을 한상 가득 차려주는데... 한 차례 또 몰려오는 감동!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민트티를 마시며 빵을 넘기고, 넘기고 또 투척. 마지막엔 나의 사랑 누스누스! 여행 내내 모르다가 이제서야 시모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누스누스는 별다른 커피의 종류가 아니라 ‘반반’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누스누스’라고 하면 ‘so, so'의 의미도 되는 것이다.

먹자마자 레양을 싣고 공항으로 내달렸다. 간신히 공항에 도착해 수속하고 게이트에서 인사를 하는데 레양 눈이 빨갛다. 나와 퐈양도 따라 눈이 빨개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항에서 또 로드무비를 열심히 찍고 돌아오니 레양은 그녀의 잔재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고 갔네 ㅋㅋㅋ 옷과 카메라 렌즈 캡을 고이 두고 가시어 내가 챙겼다.

레양이 남은 모로코 디람을 환전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모는 안타까워 하다가 100디람 정도라고 했더니 쿨하게 그 정도는 괜찮겠다는 듯이 말했다고 한다. 그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쉐프샤오엥에서 카사블랑카로 오는 그랑택시를 탈 때 사군이 10디람짜리 동전을 흘렸다. 대강 쓱 봤는데 없길래 사군은 그냥 출발하자고 했지만 운전사 아저씨는 계속 찾아보자고 했다. 10디람과 100디람에 대한 단상...

레양 보내고 오는 길에 아보카도 주스도 한 잔 테이크 아웃! 배가 쉴 틈이 없다. 배가 무지하게 부르지만 아보카도 주스 먹어줘야지, 그렇고말고. 기차역에 들러 사군과 퐈양의 기차표를 사러 갔다. 명절을 맞아 북적이는 기차역! 시모의 회사 동료도 우연히 마주쳤다. 표를 산 후 다같이 핫산모스크로 갔다. 하늘도 파랗고 모스크도 예쁘고! 로드무비와 점프샷에 집착하는 4명이 딱 좋아하는 날씨와 장소다.(햇살이 미칠 듯이 뜨거운 것만 빼면... 시모가 아침에 선물해 준 스카프가 정말 신의 한 수다.) 시모가 해군에 있을 때 여기서 다이빙과 수영을 자주 했다고 한다. 오오, 사람이 달리 보인다.

USB케이블을 사러 쇼핑몰로 이동하며 보는 카사블랑카는 항구도 있고 쇼핑몰도 있고 여러모로 부산과 비슷했다. 좋은 데만 다녀서 그런지 부산보다 좀 더 부티나기도 했다. 쇼핑몰에도 역시 배나오고 안경 낀 아이들이 꽤 있다. 이 역시 우리가 그동안 다녔던 곳에서는 못 봤던 광경...

이제 우리는 기차역으로 간다. 눈물 part 2. 역 앞에서 셀카로 로드무비를 해보려 했으나 거듭되는 실패 후 주변인에게 부탁해 힘겹게, 어설프게 로드무비를 완성하고 사군과 퐈양을 따라 기차에 탔다. 모로코에 있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다 타보는 것 같다. 비행기, 자동차(기아차부터 BMW까지), CTM, 쁘띠택시, 낙타, 그랑택시, 기차까지! 1등석칸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지만 2등석보다야 낫다. 장시간 그 짐들과 이동하려면 시모 말대로 1등석 타는 게 좋아 보인다. 막 벌써 울컥울컥 한다. 그 와중에 기차가 나 싣고 출발해 버릴까봐 초조... 나는 비행기 타러 가야한다고 ㅠㅠ 출발시간 5분 전에 시모와 내려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퐈양과 나는 또 눈물이 난다. 스카프로 눈물을 가리니 이 선물을 준 시모에게 또다시 고맙다. 사군은 기차 안에서 웃으라며 난리를 치고 시모는 ‘크레이지’라고 읊조린다 ㅋㅋㅋ 기차는 지연이 되나 보다. 나와 시모는 기차가 떠나기를 기다리다가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져 먼저 승강장을 떠났다. 남은 여행 잘 하시길.

북적거리던 차엔 이제 나와 시모 둘만 남았다. 시모는 처음에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단다. 일을 하며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봤지만, 어디나 그렇듯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될 줄 몰랐단다. 공감한다... 처음에는 그냥 가이드인줄 알았지만 시모는 내 여행을 소중하게 해 준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시모가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공항으로 냅다 달린다. 혼자 뭘 해야 하나 고민스러웠던 마지막 날을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보냈더니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시간이 정말 휘리릭 지나가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시모는 아까도 레양 캐리어를 끌고 그렇게 뛰더니 나의 체크인을 위해서 또 캐리어를 끌고 달린다. 휴! 정말 시모 없으면 어쩔 뻔 했니 ㅠㅠ 자, 이제 세번째 눈물이다! 눈물이 나는데 시모는 마지막 셀카를 들이댄다. 여권을 들라는 시모에 말에 여권으로 눈물을 가리고 시모스타일로 두번 찰칵! 시모가 나를 서둘러 게이트로 떠밀고 돌아선다. 출국심사대에 들어가서도 혼자 울었다. 입국할 때도 엄청 오래 걸리더니만 출국할 때도 대기가 엄청 길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기는 아직 공항이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는 시모의 연락을 받고 또 눈물이 난다. 나의 든든한 친구.

남은 200디람으로 공항 면세점에서 뭐 좀 사려 했더니 정말 살 게 없다. 레양이 공항에 살 거 없다고 카톡을 보냈었는데 내가 너무 늦게 봤지, 아이고야... 세수하고 양치하고 나니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정말 비행기를 탄다. 모로코야, 안녕. 다시 올 수 있을까? Au re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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